어디로 가는가 내재된 푸른 독 살점을 썩히고



오늘은 비가 와서 택배가 도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이카와는 몇 번이고 관리실에 정말 아무 것도 안 왔어요?” 되물은 후에야 엘리베이터를 탔다. 현관문 입구 역시 깨끗했다. 문고리에 열쇠를 끼워 돌리는데, 반쯤 들어 올린 오른팔 사이로 찬 공기가 들어찼다. 옆구리가 공백이다.


그의 집은 혼자서 살기에는 상당히 널찍했다. 커다란 텔레비전과 커다란 사내 녀석이 완전히 누워있어도 모자라지 않는 길이의 소파, 부엌 식탁에 의자는 두 개고 하나 있는 침실은 킹사이즈다. 신발을 벗고 신발장을 열면, 정확하게 오른쪽 절반은 텅 비어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쓰게 웃으며 먼지 냄새 내려앉은 집에 발자욱을 남긴다.


어느 겨울,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그를 두고 떠났다. 그의 이름은 일()자를 써서 하지메. 오이카와 토오루의 반쪽이 아닌 온전한 한쪽이라, 그가 없는 현재 자신은 영이 되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정확히 함께 살던 집의 절반을 갈라서 떠났다. 오이카와는 아직도 그가 왜 떠나야만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내가 싫었던 걸까. 어느 날 말도 없이 모습 감출 정도로. 네가 말하는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든 고칠 자신 있었는데.


이후로 사내에게는 매일 우편함과 택배 보관함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라도 그가 제게 무슨 말을 남길까봐. 네가 썼던 물건 다시 가지고 돌아 올까봐. 일분일초 기대를 품었다가 놓기를 반복한다. 들숨과 날숨의 박자와 동일했다.


그는 이와이즈미의 파란 칫솔이 사라진 자리를 보고 씻은 후 그가 미처 챙겨가지 못한 바디워시로 샤워를 했다. 집의 어딘가에서 이와이즈미의 향이 났으나 이와이즈미는 이곳에 없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서 매번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나 많이 잘못한 거야? 오랜 소꿉친구는 제가 투정부리고 신경질을 내도 앞에서 화를 내고 잔소리를 했지, 결코 이런 식으로 떠난 적은 없다. 꾸준히 옆에 있어주었기에 그는 오이카와 전체의 일이 될 수 있었다.


아직도 나는 네가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단 말이야.


여전히 택배는 오지 않았다. 우편함을 열면 고지서 한 장 뿐이다. 오이카와는 의미 없는 껍데기만 남은 채 누군가를 기다린다. 오래 전 자신을 매정하게 버린 사람을. ()만 남긴 채 떠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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