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가 내재된 푸른 독 살점을 썩히고




 

 [꽃길만걸어 : 역시 몰텐님이시라니까요. 사실 알고 보면 오이카와랑 영혼의 쌍둥이아녜요?wwww]

 [우유빵 : ㅁㅈㅁㅈ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왜 언니들이 몰텐님께 부탁드렸는지 알겠더라고요.]

 [꽃길만걸어 : 저희 안목도 완전 쩔지 않아요? , 저번에 촬영 중에 인스타짤 올라왔을 때! 빨간 뿔테!]

 [우유빵 : 크 ㄹㅇ이었져]


 이와이즈미는 무어라 할 말이 없어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방을 멀거니 응시하기만 했다. 굳이 자신이 타자를 치지 않아도 팬사이트 간부 전용 채팅방의 화면은 잘 올라갔다. 주로 오이카와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이번에 챙겨준 생일선물의 반응이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히나쨩 : 근데 반지는 낀 사진을 아직까지 못 봐서 많이 아쉽더라고요:(;´`;):]

 [우유빵 : 근데 몰텐님께서 산 목걸이 짤은 자주 올라오던데요??]

 [민트풍선 : ?? 목걸이요?? 설마 그 일자 목걸이 말씀하시는 거예요??]

 [치킨먹고싶다 : 헐 대박 그거 최근 오이카와 호크룩스잖아요]


 간부 중 한 명이지만 이번 생일선물 조공에는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던 사람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그 물음에 우유빵님과 꽃님이 빠르게 손가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와이즈미와 함께 선물을 하러 갔을 때, 이와이즈미가 본인의 사비로 산 목걸이를 이번에 조공을 보낼 적 함께 부쳤었다고. 생일 다음날 오이카와가 SNS에 올린 인증샷에서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가 바로 그것이라고. 이와이즈미는 어수선한 채팅방을 오면서 애매한 표정을 짓고는 맥주를 한 모금 머금었다. 굳이 숨기려고 한 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동네방네 자랑할 의도도 없었던 터라 기분이 이상했다.


 뭐, 그랬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선물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로, 그의 생일 이후 촬영 때를 제한 대부분의 동영상이나 사진에는 그 목걸이가 함께 찍혔다. 남자조차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선물은 명백하게 오이카와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의 취향이 바뀔 리는 없다. 그랬더라면 이제까지 제가 골랐던 모든 선물이 무용이 되었을 테니까. 그렇다고 편지 한 장 없는 상자가 그 누구도 아닌 이와이즈미 하지메로부터의 선물이라는 것도 알지 못할 터였다.


 덕분에 그는 최근 올라오는 사진을 볼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감각에 사로잡혀 있어야만 했다. 미련이다. 혹시 너는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라는 근거 없는 물음이 홀로 두둥실 떠올랐다가 가라앉길 반복했다. 지금도 같았다. 완전 계를 탔다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가만 보다가 이와이즈미는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결국 그는 화제를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몰텐 :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촬영 시작한 지 꽤 됐는데 조공 소식이 없네요.]

 [우유빵 : 곧 해야죠! 밥차도 보내고! 간식조공도 보내려고요!]


 다행스럽게도 제 말에 오이카와가 얼마 전 촬영을 시작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로 초점이 바뀌었다. 무려 오이카와가 검사 역할이라니, 얼마나 섹시할까. 하는 감탄이 주된 내용이었다. 근래 촬영장이 어디인지, 밥차는 언제쯤 보내면 좋을 지에 대한 이야기도 슬쩍 나왔다. 이번에는 밥차 조공과 간식 조공에 대한 모금을 함께 할 예정인가 보다. 밥차 이후 남은 자금으로 간식 조공을 보내겠다는 펜페이지 회장의 말에 모두가 또 설레는 마음으로 밥차는 지난 번 보낸 모 회사가 좋더라, 간식은 이걸 넣는 게 좋을 것 같다, 둥의 의견을 보탰다.


 [민트풍선 : 이번에는 간식 조공할 때 꼭 도와드릴게요!]

 [민트풍선 : 아니 도와드릴 수 있게 해주세요]

 [민트풍선 : 제발]

 [루리 : wwwwwwwwwwwwwww민풍님 조공 핑계로 오이카와 보려구wwwwwwwwwww]

 [민트풍선 : 저번에 진짜 회사 엎어버릴 뻔 했잖아요(இдஇ; ) 개인적으루 촬영장 갈까말까 진짜 고민하다가 안 갔는데(இдஇ; )]

 [루리 : 님 솔직히 말해요 그것도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잖아요]

 [민트풍선 : 들킴ㅎ]


 몰텐님은 이번에 오실 거죠? 그러고 보니 사인회에서도 팬미팅에서도 몰텐님은 한 번도 뵌 적 없네요. 맞아, 게다가 이제 간부가 될 정도로 해비팬이신데 왜 안 오셨어요? 남팬인거 쪽팔려서 그래요? 엑 근데 정모엔 오셨잖아요? 바쁘신가? 아니면 티켓팅이 꽝인가. 그럼 이번 조공은 좀 도와주세요... 저희가 다른 건 몰라도 오이카와는 보여드릴 수 있어요.. 솔직히 남자 한 명 있어줘야 저희도 힘 좀 덜죠ㅠ. 간식 50인분이 얼마나 무거운데. 맞아요. 게다가 실제로 몰텐님 뵀을 때에도 굉장히 힘 잘 쓰셨구. 저희 생선 사러 갔을 때에도 짐 대부분 몰텐님이 들어주시더라고요. 저희는 부탁도 안했는데! 매너 좋으셔서 ㄹㅇ 반할 뻔 했어요. 게다가 짐도 되게 많았는데 힘든 기색 거의 없으셨고.


 다시 한 번 따르게 올라오는 제 이야기에 이와이즈미는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짧게 망설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가늠을 못했던 탓이다. 낯 뜨거운 칭찬에도 대답 않던 그는 결국 가장 첫 질문에 대한 답만을 간략하게 썼다.


 [몰텐 : 만약 시간 되면 도와드릴게요.]

 [꽃길만걸어 : 헉 정말이죠? 약속이에요!!]

 [몰텐 : 그런데 회사 때문에 평일은 무리]

 [몰텐 : 일거에요]

 [우유빵 : ㅠ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하다는 투의 문장을 몇 마디 더 쓴 후에야 이와이즈미는 다른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채팅창을 빠져나왔다. 맥주캔을 완전히 비운다. 썼다.


 만약 시간이 되더라도 가지는 않을 터다. 오이카와를 만날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비겁하지만 그렇다. 아직 저는 오이카와를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오이카와가 자신을 기억하느냐에 대한 여부와는 별개의 이야기다이와이즈미는 허망하게 배구를 그만두고,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채 만인의 앞에 서게 된 오이카와를 향해 괜찮아?” 라던가, “잘 지냈냐?” 라고 물을 자신이 없었다.


 비록 오이카와가 카메라 앞에서 그러하듯 활짝 갠 얼굴로, “물론이지.” 대답하더라도 저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아차리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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