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가 내재된 푸른 독 살점을 썩히고



드디어 호그와트 내 퀴디치 리그 첫 경기가 다가왔다. 첫 시합은 그리핀도르 대 후플푸프였는데, 교내에서는 벌써부터 시합의 결과를 예측하며 떠들곤 했다. 슬리데린은 작년에 제게 패배당한 그리핀도르가 마땅히 이번에도 질 것이라며 비웃었고, 래번클로는 벌써부터 제1 시합 결과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세워두고 각 경우에 따른 작전을 짜두고 있었으며, 마땅히 소속 기숙사인 후플푸프와 그리핀도르 기숙사 학생들은 선수들의 연습을 재촉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이카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작년 처음으로 퀴디치라는 운동을 접해 보았고, 금세 색다른 운동에 듬뿍 빠졌다. 이와이즈미도 마찬가지였다. 두 아이들은 비행술에 괜찮은 소질을 보였으며, 심지어 이와이즈미의 경우에는 올해 초 있었던 그리핀도르 퀴디치 선수 선발에 몰이꾼으로 뽑히기까지 했다! 소학교 시절, 사내아이들이 제발 한 시합만 함께 해달라는 애원으로 기른 힘은 2학년이 블러저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였나 보다. 오이카와는 마치 저가 선수로 뽑히기라도 한 양 힘껏 제 소꿉친구를 축하해주었고, 연습을 닦달했다.


이번 시합은 이와이즈미 하지메의 데뷔전과 다름없었다. 오이카와는 매일 저녁 너도밤나무 아래에 앉아 이와이즈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모님께 새로 받은 님부스 1001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허공에서 재빨리 회전할 때에는 박수를 치고, 어디로 날아가든 끝내 시선을 놓지 않았다. 바람에 휩쓸려 휘청하기라도 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르는 덕에, 이와이즈미는 아닌 척 은근히 그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시합을 열흘 앞두고는 매일 작전회의니 연습이니 하는 명목으로 끌려 다닌 터라 수업 시간과 통금 시간을 제하고는 두 아이는 잘 만나지도 못했다. 이와이즈미는 허겁지겁 음식만 입 안에 우겨넣고 다른 팀원들과 서둘러 연회장을 나섰고, 매번 녹초가 되어 돌아와 기절하듯 잠들었다. 대화도 무색하고, 혹시 모를 염탐꾼들을 방지하기 위해 연습을 구경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오이카와의 입술이 점진적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할 즈음, 다행스럽게도 퀴디치 날이 밝았다.


오이카와는 좋은 자리를 선점해두기 위해 서둘러 경기장으로 향하는 아이들과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급조한 응원가가 점차 멀어지고, 걸음이 점차 빨라진다. 작년보다 덜름한 망토가 소년의 복사뼈를 간지럽혔다. 지금쯤이면 아마 회의를 위해 따로 모였을 것이다. 시간을 잘 맞추면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기장을 빙 돌아 뛰는 모양이 다소 조급스럽나 싶더니, 모퉁이를 도는 순간이었다. 오이카와는 앞을 미처 보지 못하고 둔탁한 무언가와 부딪쳤다.


, 하는 신음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몸이 크게 휘청거렸으나 상대방이 잡아준 덕에 다행스럽게도 꼴사나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던 오이카와가 슬그머니 눈을 뜬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단정하게 맨 노오란 줄무늬 넥타이였다.


괜찮아?”


다정한 목소리다. 반쯤 기울어진 몸을 바로세우며 오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전 응원 한 마디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서두른 것이 실책이었다. 고마워. 그는 인사를 하며 제 흐트러진 옷차림을 바로 하고, “여기도.”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구겨진 망토 소매를 펴주었다, 뒤늦게 얼굴을 마주했다. 공교롭게도 이따금 후플푸프와 함께 수업을 들을 때면 본 얼굴 이었다. 선한 인상과는 별개로 머리카락 색이라던가, 가끔 교수님께 불리던 이름이 일본식이라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니까, 스가와라였나?”

, 기억하는구나.”

일본식 이름이라서.”

혼혈이지만. 코우시라고 해.”


웃음 짓는 모습이 썩 싱그럽다. 보는 사람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인데. 토오루 맞지? 그러면서 쉬이 제 이름을 말하는 것이 기억력도 꽤 좋은 성 싶었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가는 중이었어?”

. 우리 팀 막사에. 시합 전에 친구 얼굴을 보려고.”

이런. 퀴디치팀들은 지금 전부 최종회의 중일 텐데.”


벌써? 아까 지나는 길에 그리핀도르 팀이 막사로 들어가는 걸 봤거든. 아무래도 저가 조금 늦었나보다. 오이카와는 눈가를 찡그렸다. 스가와라가 단조롭게 조언해주었다. 인사는 시합 후로 하고,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를 잡아서 응원에 열중하는 게 어떨까? 저가 생각하기에도 그 편이 나을 것 같다. 긴 숨을 내쉬고 오이카와는 뒤를 돌았다.


항상 시합 전에는 내가 이와쨩에게 한 마디 했었는데.”

늘 같이 다니는 검은 머리 남자애 말하는 거지? 너희 둘 정말 친한가봐?”

당연하지. 우린 가장 친한 친구니까.”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이면,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재차 질문해본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친했던 거야? . 옆집이었어. 가족처럼 자랐거든. 둘 다 마법사 마을에서 자랐어? 아니, 런던에서. 굉장한 우연이네. 이야기가 자연스럽다. 오이카와는 마치 큰 칭찬이라도 받은 것 마냥 어깨를 으쓱이며 턱을 세웠다. 그치? 굉장하지? 나란히 걷는 걸음이 사뿐하다. 그는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어릴 적부터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면 항상 이와이즈미가 속해있던 팀이 이겼다던가, 그리고 자신은 한 번도 이와이즈미와 다른 팀이 된 적이 없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두 사람이 퀴디치 경기장 응원석에 올라, 한쪽에 자리 잡고서야 스가와라는 넌지시 말했다.


그 말은 이번에도 너희 팀이 이길 거란 소리야?”

당연하지!”

흐음. 절대 네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걸.”


미안한데 우리 팀도 호락호락 당해줄 정도로 약한 팀은 아니거든. 소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사뭇 자신만만한 모양은 제 팀에 대한 신뢰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쨩은 한 번도 진 적 없거든! 무려 이 오이카와 씨가 믿고 있으니까!”


뭣하면 내기도 할 수도 있어. 소년이 빳빳하게 외쳤다. 할까, 내기? 노랗고 붉은 목도리가 한데 뒤엉켰다. 누가 뒤로 뺄 줄 알고. 오이카와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와이즈미를 믿었다. 매번 제 친구가 게임을 할 때마다 믿고 있어.’라고 단언할 정도로. 이와이즈미는 제 무조건적인 믿음을 배반한 적 없다. 비록 오늘은 그 말을 건네주지는 못했지만, 그렇다 해서 제 굳건한 탑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믿음도 부럽네…. 고개를 모로 기울이던 소년이 다소 짖궂게 웃는다.


좋아. 그럼 저녁 식사 시간에 지는 쪽이 이기는 팀의 기숙사 테이블에 가서 똥폭탄을 던지고 오는 거야.”

?”


보통은 내기에서 지는 쪽이 더 굴욕적인 결과는 맞지 않던가? 생각한 것과는 다소 다른 내용에 오이카와가 눈을 둥그레 떴다. 눈을 반쯤 휘면, 그 아래 위치한 눈물점이 슬쩍 접힌다.


시합에서도 지는데 내기까지 비참한 쪽이면 너무 슬프잖아. 이래야 이긴 쪽도 진 쪽도 조금은 공평하게 즐거워지지.”


썩 그럴법한 말이었다. 한편으로는 마냥 한쪽만 즐겁게 내버려두진 않겠다는 건가. 얼굴은 상쾌하게 생겼는데 성격은 전혀 상쾌하질 않네. 오이카와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면서도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기 성립이야.”


물론 그는 그 날 저녁, 정말로 자신이 앉아있는 테이블이 똥범벅이 될 거라곤 상상을 못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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