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가 내재된 푸른 독 살점을 썩히고




 너의 꿈을 꿨다. 깨자마자 향하는 시선은 옆집이다. 네게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벗어난 현실은 여전히 너다. 밤은 정적. 창 너머의 또다른 방에서는 작은 불빛 한 점 새어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자고 있겠지. 여전히 내 안에서는 네가 고동친다. 무언가 덕지덕지 달라붙은 양 미적지근한 몸짓으로 이부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 액정 불빛 하나에 의지하여 창가로 향한다. 너와 나의 틈에서부터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창문을 연다. 습기 찬 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혔다.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고 나의 너머는 여전히 암흑이었다. 답이 없다.


 잠시 저 창문을 넘어 갈까, 말까 망설였다. 네가 보고 싶었다. 충동적으로 제 방을 창문을 넘어 담벼락 위에 맨발바닥을 얹는다. 소학년 시절부터 한 행동은 참으로 능숙해졌다. 혹여 네가 잠에서 깰까, 투명한 창을 두드릴 생각도 않고 커튼 하나 쳐져 있지 않은 것을 밀어본다. 쉬이 열린다. 너는 항상 내게만은 열려있었으므로. 몸을 쭉 뻗어본 창 안 쪽은 깜깜하다. 침대 어딘가 위로 익숙한 실루엣이 하나. 넘어갔다. 너와 나의 간극을 이렇게 뛰어넘는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바닥에 너부러진 방석이나 잡다한 물품을 밀어내고 네 앞에 다가갔다. 유난히 날카로운 턱선이 흘깃 보였다 사그라진다. 액정 불빛이 꺼졌다. 다시 어둠. 오이카와. 읊조린다. 내부에서부터 나를 놓지 않는 어떤 열의 이름이다. 나는 녹는다. 깊이 잠들었는지 여전히 너는 미동 않는다. 망설이다 침대 바로 앞에 주저앉았다. 내게로 기울인 어깨가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밤의 경계에서 유난히 또렷하다. 달무리조차 너를 가두진 못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뺨을 간질이는 네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사내치곤 흰 피부가 드러난다. 얼굴이 코앞이다. 찬찬한 시선. 여자에게 인기가 많을 법도 했다. 이따금 네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너는 침음을 흘렸고, 입술을 움찔거렸다.


 제기랄.


 속이 부대꼈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내렸다. 스치듯 입술이 닿는다. 처음이었고, 부드러웠다. 살짝 일어난 버석이는 입술껍질 모양이 그대로 느껴졌다. 미적지근했으나 화할 것 같았다. 조금 더 고개를 내리면, 뼈 없는 살덩이는 쉽게 눌린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네가 나를 옭아맨다. 나는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이 났다. 아랫입술을 가볍게 빨아들여보았다. 반들거리는 빛깔. 느리게 떨어지자, 제 얼굴이 재차 드러난다. 깜박임 없이 고요한 시선. 이와이즈미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말았다.


 “…방금, 뭐야.”

 

 이와쨩. 잠에 감긴 목소리가 갈라진다. 오이카와의 둥근 달이 흔들리고, 죄수는 그 앞에서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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